100% 디자인런던 (100% design london) 한국관 2010 london desig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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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1, 2010

글 고성연 기자(영국 런던)

‘밀라노가구박람회’, ‘파리 메종 오브제’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디자인 행사로 통하는 영국의 ‘런던디자인페스티벌’.  해마다 9월이면 런던을 개성 넘치는 색채로 물들이는 디자인 축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행사인 ‘100% 디자인 런던(100% Design London)’의 한국관을 찾아가보았다. 젊고 신선한 디자인의 열정이 넘치는 ‘디자인 코리아’를 만나보자


              




   




         




           




‘진정한 진보’를 부르짖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들어서고 처음 열린 ‘2010 런던디자인페스티벌’. 새 정부가 들어선 데 따른 변화가 감지되고 바닥을 모를 듯 추락하던 경기 침체의 기운이 조금씩 가시는 시기와 맞물려서였을까. 약간은 쌀쌀하지만 상쾌한 런던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 속에 도시 곳곳에서 각양각색으로 펼쳐진 이 국제적 행사는 다소 움츠러들었던 2009년과 달리 어깨를 당당히 펴고 기지개를 켠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런던디자인페스티벌의 백미로 꼽히는 디자인 행사인 ‘100% 디자인런던’ 역시 올해는 작년에 비해 훨씬 더 생동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100% 디자인런던이 진행된 런던 시내의 얼스코트(Earl’s Court) 국제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한 한국관은 올해도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적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글로컬(glocal)’한 감각을 표방하는 ‘코리아 디자인팀’을 현지에서 만나봤다.

작은 차이가 일궈내는 일상의 즐거운 변화

올해 100% 디자인런던에서는 일상을 지혜롭게 관찰해 소소하지만 편리하고도 재미를 주는 변화를 추구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9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손잡고 꾸린 디자인 그룹 심플아이디어(9F)는 이처럼 작은 차이가 가져오는 기발한 혁신을 가장 매력적으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신진 디자인 스튜디오. 이들이 선보인 일명 ‘책 칼꽂이’는 책갈피와 책꽂이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칼 모양의 제품으로, 읽고 있는 책을 편리하게 세워둘 수 있다. 전시회를 찾은 40대의 영국인은 “광고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데, 야근을 하면 책상 앞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곤 한다”며 “내 책상 위에 꼭 놓고 싶은 물건”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돌기 사이에 문구용품을 담아놓을 수 있는 ‘이카루스(Icarus)’ 도 눈길이 가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9F 그룹의 이광택 디자이너는 “이카루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딱 하나인데, 그건 바로 연필을 세워놓고 싶어서였다”라고 설명했다. “며칠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던 끝에 우연히도 목욕탕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되었죠. 목욕탕에서 올록볼록올라온 발판을 보고 번뜩 영감을 받았거든요. 그리고는 바로 적절한 소재를 적용해 이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죠.”

비디라이팅(BD Lighting)이 선보인 ‘사랑을 위한 성냥(Match for Love)’ 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중절모와 성냥을 결합한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조명이다. “나의 디자인 주제는 일상”이라고 강조하는 비디라이팅의 박우성 디자이너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방식에 대한 지혜로운 시적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스스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사람, 사물, 빛, 그리고 그 관계성에 대한 통찰을 얻지요. 그리고 이 통찰을 다시 하나의 시, 이야기,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버쓰데이의 에코 시리즈도 전시회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 시리즈는 기온이 1℃씩 올라감에 따라 지구가 어떤 위기에 처하는지 보여주는 에코 컵, 1℃의 기온 증가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성찰해보라는 의미에서 선보인 에코 티셔츠 등으로 이루어졌다. 회화를 공부하다가 세상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어 디자인으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버쓰데이의 곽미나 디자이너는 “2008년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로 100% 디자인런던 전시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해 보람이 컸다. 올해는 모바일을 통한 젊은이들의 소통,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래비토(rabito)라는 새로운 작업(www.heyrabito.com)을 하게 되어 이에 대해서도 알리고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용의 미학은 여전히 강세

시스템 샤워기 분야에서 꾸준한 명성을 구축해온 세비앙은 스튜디오나 소형 주택을 위한 욕실 공간의 효율성을 겨냥한 ‘젠(Zen)’과 ‘올인(Allin)’으로 100% 디자인런던을 찾았다. 젠은 액상 비누나 샴푸를 담는 용기를 포함한 샤워기로, 간단한 수납공간을 겸하는 실용성을 갖췄으며, 올인은 수납장, 세면대, 샤워 시스템을 모두 하나로 묶었다. 샤워를 할 땐 세면대를 접어 공간을 보다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수납장도 세분화해 사용 빈도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

올해로 세 번째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세비앙은 “인구밀도가 높은 일본이나 한국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좁은 주거 공간을 보다 넓고 편리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적 제약을 고려해볼 때 왜 세면대는 꼭 사용하는 상태로 놓여 있어야 하나?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과 가끔 사용하는 물건들을 분류해 정리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 제품을 제작하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 우리들병원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디자인 전문 업체 탠저린(Tangerine)과 함께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직장인들이나 책상에 앉아 장시간 공부하는 자녀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시선을 끌 만한 의자를 선보였다. 척추 보호 의자 시리즈인 ‘우리들체어’ 시리즈의 최신 제품 ‘아이폴7(Ipole7)’이다. 이 제품은 장기간 수술을 집도하는 전문의들이 고정된 자세로 앉을 수 있도록 제작한 독일의 수술용 의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등받이가 없는 대신 가슴을 기댈 수 있는 ‘팔받이’와 상체에 가해지는 무게를 분산시키는 팔받이 등의 기능을 부각시킨 척추 질환 예방 의자다. 탠저린의 이돈태 사장은 “우리들병원의 뛰어난 기술력과 사용 친밀성, 그리고 탠저린의 디자인 감성이 결합된 작품으로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아이클루디자인의 ‘나눔다기(茶器, Sharing Teapot)’는 한 번에 두 종류의 차를 우려낼 수 있는 다기다. 실용적일 뿐 아니라 찻잎에 따라 달라지는 색상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배려와 공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나뭇가지에 젖병을 걸어 말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일 쟁반이나 생활 소품을 걸어놓을 수 있는 ‘호비트리’라는 아이디어 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디자인나우(Design Now)의 물결치는 샐러드볼은 3백60도 각도로 그릇이 움직임으로써 사용자들이 쉽게 샐러드를 덜 수 있도록 고안한 실용 디자인 제품이다.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의 삶에 녹이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진부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디자인 현실에서 참으로 중요한 함의를 지닌 표현이다. 외부 세계를 유달리 의식해 민족적인 색깔이 짙은 뭔가를 억지로 만들어내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채 영혼을 쏟아붓고 정제시킬 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요소일 터다.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디자인’이 세계 무대에서 각인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어찌 됐든 이를 향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서도 이러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디자인바이러스(Design Virus)는 실이 뭉쳐 있는 ‘실타래’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타래조명(Ta-rae Lighting)’으로 한국 고유의 정서를 디자인에 담아냈다. 골무를 이용해 제작한 아날로그 기반의 온·오프 스위치도 독특한 작품이다. 이 회사는 또 조선 백자의 유려한 곡선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새턴 케이(Saturn K)’와 도자기의 우아함을 재해석한 ‘티티(Touch & Touch)’도 선보였다. 티티는 터치 센서를 이용해 탁자에 앉아서도 조도를 독서, 식사 등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고안되었다. 인스나인은 한국의 전통 문양을 응용한 각종 디자인 제품을 내놓았다. 조각보를 활용한 아트타일(patchwork wrapping tile)은 일반 타일 위에 도자기 안료로 만든 전사지를 부착해 830℃로 소성해 제작된 제품으로 건물 전체와 일부분의 내·외부 마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자수를 응용한 아트타일(embroidery tile) 역시 건물 내·외부 마감재로 사용 가능하며 벽과 바닥에 적용할 수 있다. 이 밖에 필묵은 한글의 이미지를 주제로 다양한 실험을 해온 김종건 작가의 ‘꽃’을 모티브로 한 쿠션 시리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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