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남성의 특별한 선택, 맞춤 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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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1, 2011

글 장은정(퍼스널 이미지 컨설턴트, Plan J 이사)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월스트리트:머니네버 슬립스>의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한때 월스트리트에서 엄청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금융투자가 고든 게코 역의 마이클 더글라스가 한순간에 몰락한 후 우여곡절 끝에 재기에 성공한 걸 암시하던 장면. 그것은 다름 아닌 영국의 최고급 맞춤복 거리 ‘섀빌로(Savile Row)’의 한 맞춤 양복점을 연상시키는 곳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가봉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단순한 남성복 이상을 의미하는 최고급 맞춤 양복, 비스포크(Bespoke) 수트는 성공한 남성의 상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훌륭한 맞춤 수트의 가장 큰 특징은 오직 본인에게만 잘 맞고 그 누구에게도 본인에게 맞는 것처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 등, 입는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에 어떠한 다른 아이템을 고를 때보다 더욱 신중하고 세심하게 선택해야 한다. 비즈니스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전문가와 함께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이 세상에 단 한 벌뿐인 나만의 옷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조건 전문가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한다거나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자신의 체형을 파악하고 소재나 색상, 무늬, 질감 등을 고르는 것을 보다 진지하고 사려 깊게 결정해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최상의 맞춤 수트를 탄생시켜야 한다. 특히 가봉 시 본인의 구두와 셔츠를 구비해 오는 건 가장 기본적인 매너이자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임을 명심하라.

 

 

고급스러운 맞춤 수트는 가장 확실한 투자
맞춤 양복이라고 해서 여성복처럼 너무 캐릭터가 강한 스타일은 금물이다. 오래전 패션 리더이자 클래식을 사랑하는 모 병원의 원장님을 만났는데 이분의 수트가 다소 캐릭터가 강한 느낌이라 어디서 구입했는지 물어보자 어느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숍에서 맞춘 수트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포켓 스퀘어까지 갖춘 아주 완벽한 코디네이션이었지만 그분이 의도하는 정통 클래식의 느낌이 아니라 소재부터 시작해 전체적인 피트나 디테일이 어딘지 모르게 너무 개성이 강하고 화려해 도무지 클래식이라고 정의 내리기 힘든 뭔가 난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런 옷차림은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칫 경박해 보일 수 있으므로 진정한 클래식 맞춤 수트를 원한다면 남성복을 정말 제대로 잘 알고 이해하는 최고의 가봉사나 재단사가 상주한 곳을 찾아야 한다. 또한 수트는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의 시선이 머무는 곳인 상체를 덮고 있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옷이며 재킷의 칼라, 어깨선의 형태에 따라 그 수트의 퀄리티가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요즈음 흔히들 얘기하는 수트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특히 맞춤 수트는 나의 얼굴 비율과 대칭,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의 몸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남성은 대개 본인의 사이즈보다 수트를 크게 입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타이트하게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신체 비율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을 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양인에 비해 얼굴 크기가 다소 큰 동양 남성의 경우 무조건 타이트하게 입으면 큰 얼굴이 더욱 도드라져 다소 어색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균형을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게 좋다.

 

미묘한 차이가 수트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얼마 전 청담동의 유명 맞춤 양복점 ‘래리치 꾸뜨르’를 방문해 만난, 멋쟁이 젠틀맨 김대철 대표는 각각 다른 곳에서 제작한 맞춤 수트 세 벌을 본인이 직접 입어보며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한 벌은 우리나라 남성이 가장 즐겨 입는 스타일인 어깨 패드가 꽉 찬 어깨선이 돋보이는 수트. 두 번째 수트는 어깨선이 좁지만 뭔가 경직된 느낌이 들고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마지막 한 벌, 패드를 넣지 않은 어깨선이 되레 입체적으로 보이며 자연스러운 몸의 굴곡이 그대로 살아 있어 이처럼 미묘한 차이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똑같은 패턴이지만 그냥 지나칠 법한 미세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바느질한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그 부분에서 정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결코 재봉틀 바느질이 아니었다). 마침 엄청나게 비싸서 이베이를 통해 구입했다는 유명한 이탈리아 맞춤 양복 브랜드의 빈티지 수트를 구경하게 되었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기계 스티치가 아닌 바느질로 마감한 부분과 원단의 본질을 잘 살린 정교한 손바느질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또한 몸의 밸런스와 비율을 정확히 이해한 장인의 손길과 기술이 느껴져 마치 한 점의 우아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여성들이 소장 가치가 있는 명품 브랜드 백을 구입하기 위해 몇 달씩 기다리는 것처럼 최고급 맞춤 수트에 열광하는 남성의 심리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수트를 맞출 때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들

미국 최초의 과학적인 이미지 컨설턴트이자 옷 연구가로 유명한 존 T. 몰로이의 저서 <성공하는남자의 옷차림>(Dress for success)의 내용을 살펴보면 수트를 맞출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요소를 나열해 놓았다. 첫째, 소재는 가장 좋은 것으로 선택하라. 재단사에게 자문을 구하라. 비싼 돈을 들이는 만큼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너무 파격적이거나 유행을 타는 디자인은 피하라.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라. 셋째, 만약 원단의 조그만 샘플만을 보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연상할 수 없다면 보다 큰 크기의 원단을 보여 달라고 한다. 넷째, 반드시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하라. 낯선 도시에서 처음 보는 재단사에게 수트를 맞추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개인적으로 재단사를 선택하는 데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이 아니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여기에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자면 앞서 강조한 것처럼 그 과정을 즐기라는 것이다. 따로 시간을 내서 매너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강의나 세미나를 듣는 것 이상으로 보다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나도 모르는 새에 세련된 취향의 진정한 젠틀맨으로 거듭 나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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