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06, 2022
글 고성연
Space in Focus
요즘 서울 도심의 거리를 보면 공터나 빈 건물에 크고 작은 화랑(畫廊)이 들어서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술품에 지갑을 여는 문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미술품 수집이 가능한 여력이 생기는 경제적 수준이라고 여겨지는데, MZ 세대가 주도하는 ‘아트 테크’ 열풍까지 불고 있는 만큼 당연한 ‘자본’의 흐름일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시대에 상대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게 된 서울 아닌가. 여행에 대한 규제가 점차 풀리면서 ‘보복 소비’ 효과가 ‘외유’로 쏠리면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도시 풍경을 수놓은 ‘예술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 사실이다.
# 리만머핀 서울_한남동으로 옮긴 전시 무대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한 탄탄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갤러리 리만머핀이 서울에서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 새 출발을 알렸다. 안국동에서 작지만 운치 있는 공간을 꾸려온 리만머핀 서울은 지난 3월 15일 이태원역 근처에 1, 2층 공간과 야외 테라스를 갖춘 새 보금자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안국동 갤러리는 한국 작가 이불의 손길이 직접 닿은 인테리어가 어린 공간이라 아쉬움도 남지만 이태원의 새 공간은 한층 넓어졌기에(약 231m2, 70평) 보다 규모 있고 다양한 방식의 전시가 가능해졌다는 이점이 있다. 건축 사무소 에스오에이(SoA)가 레노베이션 작업을 맡은 새 갤러리 공간의 첫 전시를 꿰찬 주인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래리 피트먼(Lari Pitttman).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Opaque, Translucent and Luminous)>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이다. 언뜻 봐도 몹시 정교한 ‘알(egg)’ 같은 상징적 요소와 다채로운 색조, 다양한 관점이 캔버스를 가득 메운 피트먼의 회화 작품은 ‘육안’으로 봤을 때의 시각적 미학이 단연 돋보이는데, 글을 먼저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가 밑그림도 없고, 조수도 없이 하는 섬세한 작업의 완성도와 구조미가 경탄스럽다. 신작을 내세운 이번 전시의 주제는 ‘대도시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서사가 존재하는 도시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반영한 셈인데, 결코 디스토피아적이지 않고 낙관적인 시선을 품고 있다. 늘 불합리함과 불평등이 자리해왔고, 더구나 팬데믹의 여파로 도시의 일상생활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대도시가 지닌 활력과 역동성을 담아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13 현재 전시 래리 피트먼,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Opaque, Translucent and Luminous)> 전시 기간 5월 7일까지 홈페이지 lehmannmaup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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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안국동에서 이태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리만머핀 서울이 들어선 건물 외관. Courtesy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Photo by texture on texture. 2 건축 사무소 에스오에이(SoA)가 레노베이션 작업을 맡아 1, 2층 공간과 작은 야외 테라스를 지닌 공간을 꾸렸다. 재개관전의 주인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래리 피트먼(Lari Pitttman). 사진 속 작품은 ‘Luminous: Cities with Egg Monuments 3’(2022), 243.8 x 203.2cm Photo by SY Ko 3 래리 피트먼의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Opaque, Translucent and Luminous)> 전시에서는 ‘대도시에 대한 오마주’를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Courtesy Lehmann Mau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