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을 나누며 도쿄 미식의 전통을 잇다 Su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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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 2011

글·사진 김범수(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http://pat2bach.blog.me)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스시,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도쿄만 해도 스시집이 5천 곳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긴자는 일본 최고 스시집의 진검 승부를 목격할 수 있는 각축장이다.


누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서슴없이 스시라고 말한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아주 작은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계절이 담겨 있고, 조화가 담겨 있고, 정성이 담겨 있고, 손맛이 담겨 있고, 무엇보다도 스시를 쥐는 이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생선만큼 제철인 때와 그렇지 않은 때의 맛 차이가 큰 식재료도 없다. 한입에 녹아버릴 정도로 작은 요리지만,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맛의 조화는 언제나 큰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도 스시가 특별한 가장 큰 이유는, 스시를 쥐는 이와 받는 이가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스시 다이에 앉는 순간 손님과 셰프 사이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유명 스시집은 대부분 10석 미만의 아주 작은 공간으로 되어 있고, 예약하기도 어려우며, 가격도 무척 비싸다. 여기 도쿄 미식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긴자의 대표적인 스시야 7군데를 소개한다.


[ The Tokyo’s Top Sushi Restaurants ]
1. Sushi Mizutani

  


긴자에 위치한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미즈타니. 스기야바시 지로와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스시집이다. 스기야바시 지로의 오노 지로와 미즈타니의 미즈타니 하치로는 사제지간. 세상에 알려진 그들과 관련된 일화만 접해봐도, 과연 ‘장인’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올해로 요리 경력 50년인 미즈타니 하치로 셰프. 75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스승 오노 지로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지난 50년 동안 한결같이 스시 다이를 지켜온 명인 중의 명인이다. 그래서인지 주방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만 봐도 대가의 기운이 느껴진다. 스시 다이에 허락된 자리는 단 10석. 준비된 재료도 10가지 정도밖에는 안 되는 듯 보인다. 최고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겠다는 철학답게, 준비한 모든 음식이 그야말로 극상의 맛을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보석처럼 윤기가 촉촉하게 흐르는 고하다(전어)에 샤리(초밥)가 어우러지면, 거짓말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미즈타니 스시의 가장 큰 특징은 식감. 그 극상의 식감은 어떤 스시라도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저절로 눈을 감게 만드는 강한 매력이 있다. Tel. 03-3573-5258 Add. Juno Ginza Seiwa Bldg 9F, 8-7-7 Ginza, Chuo-ku

2. Kiyoda

  

최고라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질 뿐, 기요다는 엄청난 가격에 외국인이 예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곳이다. 심지어 기요다는 미슐랭 스타도 없다. 이곳 셰프가 단골손님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해서, 미슐랭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직접 찾은 기요다는 생각보다 더 작았다. 긴자6초메의 후미진 골목 안쪽에 자리하는데, 어디가 기요다인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아주 작다. ‘초밥은 눈과 손이 아닌 가슴으로 만든다’는 철학을 가진 기요다의 3대째 명인, 기무라 마사시 셰프. 그가 쥐여준 오도로(참치 대뱃살) 한 점을 맛보고 나니, 과연 이 이상의 스시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입안에서 춤추듯 미끄러지면서 스르르 녹아 없어지는 맛이 환상적이다. 기요다에서는 네타(생선)를 그날 가장 완벽한 재료로만 10점 이내로 준비하는데, 강약과 완급을 조절해가며 한 번 나왔던 스시를 중간에 한 번씩 더 내주기도 하고, 손님이 맛있게 먹은 스시를 기억했다가 한 점씩 더 내주기도 한다. 정해진 숫자를 채우기 위해 여러 가지를 내느니, 완벽한 스시만을 만들어내겠다는 장인 정신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Tel. 03-3572-4854 Add. 6-3-15Ginza, Chuo-ku

3. Araki

  

2010년에 오픈한 후 올해 처음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으면서 단번에 3 스타에 등극한 스시집이다. 긴자치고는 저렴한 가격에 9석 정도 되어 보이는 스시 테이블이 전부여서,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무척 힘든 곳이다. 자그마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미쓰히로 아라키 셰프가 기분 좋은 웃음으로 맞아준다. 아들 녀석이 매일같이 소녀시대의 음악을 듣는 바람에 본인도 덩달아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며 농담을 건넬 정도로 성격도, 스시를 쥐는 모습도 상당히 호쾌한 분이지만, 식재료에 관해서는 자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주의자이다. 특히 마구로에 관한 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서, 요즘 쓰키지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마구로는 아라키로 온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다. 또 아라키에서는 독특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데, 모양이 흐트러지기 쉬운 섬세한 재료로 만드는 스시는 정성껏 쥔 후 손님의 손에 직접 올려준다. 왠지 스시뿐만이 아니라 셰프의 마음까지 함께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라키의 스페셜티인 마구로 대마키는 마구로(참치)의 다양한 부위(아카미,주도로, 오도로)를 모두 넣고 엄청난 크기로 만들어주는데, 아무리 배가 부른 상태라도 한입에 다 먹어치울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일요일과 점심시간에도 오픈하는 것 역시 여행자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다. Tel. 03-3545-0199 Add. 5-14-14 Ginza, Chuo-ku


4. Sawada
  
긴자에 위치한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사와다. 7석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오너 셰프인 고지 사와다와 그의 부인이 모든 음식을 만들고 대접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일반 스시집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첫 번째는 보물을 숨겨놓은 금고가 연상되는 목재빙장고. 매일 아침 이 빙장고에 얼음을 채워 넣고 생선을 보관하는데, 자연 냉기로 선도 유지는 물론 자연스러운 숙성도 동시에 가능해, 일반 냉장고의 인공적인 냉기 속에 보관한 생선과는 차원이 다른 섬세한 맛을 내게 한다. 두 번째는 상어가죽으로 만든 와사비 강판. 사와다에서 사용하는 와사비는 후지산 기슭의 눈이 녹아 솟아난 맑은 샘물로 키운 것인데, 깊은 풍미와 함께 코가 확 뚫릴 정도로 매운맛을 자랑하는 최고급품이다. 그 섬세한 풍미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곱게 갈아내기 위해 상어가죽을 쓴다고 한다. 세 번째는 화력이 센 최고급 숯이 담겨 있는 화로. 생선을 아부리(굽기)할 때 이 화로에서 숯불로 직화를 하는데, 그 예술적인 향과 역동적인 맛은 깊은 감동을 준다. 무려 3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사와다 상의 손맛은즐거움을 넘어 예술이었는데, 특히 직화구이를 한 아나고, 사바, 오도로는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들릴 정도로 황홀했고, ‘아가미, 주도로, 주오도로, 오도로’의 순서로 이어진 마구로스시 4중주는 그야말로 최고의 맛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Tel. 03-3571-4711 Add. MC Building 3F, 5-9-19 Ginza, Chuo-ku

5. Sukiyabashi Jiro Roppongi

    

 

6. Harutaka

  


하루타카는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12년간 수련한 다카하시 하루타카 셰프가 4년 전에 오픈 한 스시야로, 최근 긴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철저한 사부 밑에서 12년간 수련했으니, 다카하시 셰프의 손끝에는 사부님의 대쪽같은 혼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루타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샤리. 처음 입안에 넣었을 때부터 마지막 한 알까지 탄력 있게 씹히는 탱글탱글한 식감과 온도, 폭신한 감촉, 네타와 섞일 때의 느낌 등 모든 면이 완벽했다. 또 하루타카의 스시는 와사비 향조차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생선 자체의 맛 외에 양념이나 첨가물은 거의 배제한 듯하다. 이 섬세한 맛을 좀 더 느끼기 위해 눈을 감고 스시를 오물거리면, 준비한 재료의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스키야바시 지로가 워낙 예약하기 힘든 곳이니, 그 대안으로 하루타카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Tel. 03-3573-1144 Add. Kawabata Building 3F, 8-5-8 Ginza, Chuo-ku

 

7. Sushi Kanesaka

  

긴자의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스시 가네사카. 역시 긴자의 대표적인 스시 레스토랑 중 한 곳인 큐베이에서 수련한 신지 가네사카 셰프의 레스토랑이다. 스시 가네사카는 긴자의 일식집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분위기가 편안한 곳이다. 외국인으로서 긴자의 일식집에서 느낄 수 있는 약간의 위압감과 언어적인 장벽으로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최소한의 벽조차 거의 느끼질 못했다. 또 대부분의 톱 클래스 스시집은 맛을 음미하기 위해 술은 그저 곁들이는 정도인데, 이 집은 아주 편안하게 마시는 분위기이다. 그래서인지 술안주로 좋은 요리들이 많이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네사카는 정통 에도마에 스타일답게 숙성에 특히 강점이 있는데, 포실포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식감이 더없이 훌륭하다. 쉬는 날 없이 매일 운영한다는 점도 반갑다. Tel. 03-5568-4411 Add. Misuzu Building B1F, 8-10-3 Gi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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